1.
죽음에도 등급을 매길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개죽음이었다.


2.
동생의 2주기 날이었다.

나는 녀석의 방에 가만히 앉아
비정할 만큼 차분한 움직임으로 유품을 만지작거렸다.

야광봉, 라이타, 지갑, 그리고 핸드폰.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배터리는 그리 많지 않은 모양이었다.

가장 최근의 문자는 모두
녀석이 그렇게 가던, 그날에 멈춰져 있었다.

<보낸 문자함>에 나에게 보낸 두 개의 메세지가 보였다.

  ' 형 이거 죽인다 '


기억났다. 그날 녀석은 나에게 뜻 모를 문자를 보내왔고,
죽인다-라는, 죽음에 관련된 단어가 어딘지 섬뜩하게 느껴져
재빨리 잊었던 메세지였다.

두 번째 문자 메세지는,

' 형 방에 있는 잡지에서 한 장 찢어간다 '


그 문자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마도 전파의 문제로 도착하지 않은 것이겠지.


3.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동생은, 양아치 고등학생이었다.

그 매정한 통보를 받고 뛰어간 병원에서
경찰은 동생의 주검을 앞에 두고,
이런 죽음 따위 흔하다는 표정으로 담담히 물었다.

-이 카메라, 가족의 것입니까.

동생 녀석은
급히 돈이 필요했던 것인지,

아버지의 낡은 라이카 카메라를 훔쳐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론가 달리던 중 트럭에 치어 죽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동생의 죽음과 함께 그가 도둑질을 했다는 사실에
겹겹의 충격을 받으신 듯 보였다.

과실 문제가 의심스러웠던 사고도,
동생의 장례도 모두
빠르게, 그리고 차분하게 처리되었다.

내게 정신이란 것이 존재할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슬펐지만
마음속 그 어딘가 아주 좁다란 구석에
이제 녀석 뒤치다꺼리에서 벗어나는 건가-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에 구역질을 느꼈지만,
토악질을 해도 그 생각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4.
동생의 <보낸 문자함>을 보다가
작은 호기심이 일었다.

나는 창고를 뒤져 2년 전 보던 잡지들을 꺼냈다.

도중 한 장이 뜯겨져 있는 것은,
<International Artist>라는 외국잡지였다.

늘 가슴에 손에 품고 다녔으나
열성으로 한 번 읽어본 적 없는, 겉멋의 상징 같은 것이었다.

한 걸음에 달려 나갔다.
막연한 궁금증이었을까. 뒤틀린 기대감이었을까.

헌책방을 세 시간 뒤져 찾은
그 한 페이지는
어떤 사진가의 사진 한 장을 소개하는 지면이었다.

나는 잡지를 편 채 움직이지 못했다.

사진은,
빠르게 움직여 흔들리듯 찍은
갈대 같은 그 무엇이었다.

내가 한 페이지만을 한참 보고 있자,
헌책방 주인이 고개를 빼- 내밀고 말했다.

-아, 사진 죽이네요.

나는 그제야,

형, 이거 죽인다던 문자 메세지의 의미를
마지막 순간에 그가 낡은 라이카를 쥐고 있던 이유를
북- 찢은 사진 한 장과 카메라를 들고 내달리는 그 떨림을
이제 희망 없는 구제불능이라고만 여겼던 동생이
네가 하고 싶은 거라곤 술 먹고 사람 패는 일이지- 조롱을 견디던 나의 동생이
처음으로 잡으려 했던 그 장면을

알 수 있었다.

왜 우리는
너무도 쉽게 오해하고
너무도 어렵게 알게 되는 것일까.


5.
발이 아스팔트를 뚫고 내려가는 듯 해
느린 걸음으로 도착한 집에서는 2주기 제사가 치러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축문을 깊은 마음 다해 읽으시고
너도 한 마디 하렴- 자리를 비켜주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아,
울지 않기 위해 천장을 잠시 바라보았지만
눈물은 방향 따위, 중력 따위 상관하지 않고 흘러올랐다, 흘러내렸다.

준비된 축문 같은 것은 나에게 없었다.

-야, 이 멍청한 양아치야.

그 카메라, 아버지의 라이카는
오래 전에 고장이 나 아무런 상狀도 찍히지 않는다는 걸 몰랐니.
정말, 왜 몰랐던 거니.






                                      - voigtclub.com  쁘앙님의 문자메세지에 대한 스무개의 이야기 중에... 여덟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