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니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정신 연령이 여덟 살로 되돌아가는 희귀한 병을 얻었다.
따져 묻는 우리의 말에 의사는 그저
유감입니다- 죄송합니다- 상처를 꿰매줄 뿐이었다.

서른 다섯의 몸으로 아이가 된
그 상황에 가장 힘들어한 사람은 형부였다.

데뷔 6년차 소설가였던 언니가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주던 긴 이야기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던 형부는
그 침묵의 시간을 견딜 수 없어 했다.

서른 다섯의 몸과 여덟의 마음, 그 괴리가 준 충격 때문이었는지,
여덟 살의 눈에는 형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때문이었는지
언니는 사고 후 형부와 단 한 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다.

형부는 그렇게 오늘까지 꼬박 이 년 동안
한 번의 대화 없이 언니의 병수발을 들었다.

모두들 무지와 조롱의 입을 모아
형부의 끈기를 칭찬했다.


2.
오늘도 언니는 나의 핸드폰을 뺏어들고
전화번호부를 지우고 게임을 하면서 마냥 신났다.

그러다 갑자기,
시무룩한 얼굴로 창밖을 한 번 보고,
핸드폰을 한 번 보더니
무언가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3.
오후 6시 20분,
늘 7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던 형부가
땀과 눈물이 뒤섞여 슬픈, 얼굴로 들어왔다.

나는 그 갑작스런 시간에 놀라 형부에게 물었다.

형부는 언니가 보낸 별 내용 없는 문자 메세지를 보고
160키로의 속도로
여섯 개의 과속 카메라에 찍히고
갓길 운전을 단속하던 경찰의 멱살을 잡아가며
한 시간 거리를 이렇게 달려왔다고 말했다.

형부는 언니 옆에 앉아
웃는 얼굴로 울었다.

나는 형부의 등을 다독이며 물었다, 대체 어떤 문자였어요?

형부는 핸드폰을 열어 문자를 보여주었다.
문자 메세지를 받아든 나는
이 년 가까이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 오늘 빨리와? '




그것이 형부와 언니가 이 년 만에 처음 나눈,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한 남자가 목숨을 걸기 충분한,
한없이 작아 너무도 슬픈 소통이었다.






                        - voigtclub.com  쁘앙님의 문자메세지에 대한 스무개의 이야기 중에... 네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