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어슴푸레한 빛이 비쳐오기 시작했다. 산티아고는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양들을 몰아갔다.

 '양들은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전혀 없겠지.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나와 함께 있는걸 테고.'

 양들이 필요로 하는것은 오직 물과 먹이뿐이었다. 자신들의 양치기가 안달루시아의 맛있는 목초지들을 많이 알고 있다면 양들은 언제까지나 그의

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었다. 매일매일이 다른 날들과 다름없는 것도, 해가 뜨고 지는 사이 긴 사람들이 그저 그렇게 지나가버리는 것도,

짧은 생애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어보지 못하는 것도, 마을 소식을 전해주는 인간의 언어를 못 알아듣는 것도 양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양들은 물과 먹이만 있으면 즐거워했고, 물과 먹이는 지천에 널려 있었다.

 

......

......

 "저는 바로 그들의 땅과 그곳의 여자들에 대해 알고 싶어요. 실제로 그 사람들이 우리 마을에 남아 살지는 않으니까요."

 "그 사람들은 돈이 가득 든 주머니를 가지고 여행을 다닌단다. 하지만 우리중에 떠돌아다니며 살수 있는 사람은

양치기밖에 없어."

 "그렇다면 전 양치기가 되겠어요."

 아버지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아버지는 주머니를 하나 건네주었다. 스페인의 옛 금화 세 개가 들어 있었다.

 "언젠가 들에서 주운 거란다. 네 이름으로 교회에 헌금할 생각이었지. 이것으로 양들을 사거라. 그리고 세상으로 나가 맘껏 돌아다녀.

 우리의 성이 가장 가치있고, 우리마을 여자들이 가장 아름답다는 걸 배울 때까지 말이다."

 아버지는 축복을 빌어주었다. 소년은 아버지의 눈을 보고 알수 있었다. 그 역시 세상을 떠돌고 싶어한다는 걸. 물과 음식, 그리고

밤마다 몸을 누일 수 있는 안락한 공간 때문에 가슴속에 묻어버려야 했던, 그러나 수십 년 세월에도 한결같이 남아 있는 그

마음을.

 

                                                                                                                                                                     - Paulo coelho 연금술사.

 

 

 ....어쩌면 난 이미 아버지가 되어버린지도 모르겠다. 아니, 난 이미 양이 되어버렸나보다.